봉지를 기울이면 밤이 데구루루 굴러 나옵니다. 그중 한 알, 작고 동그란 구멍이 보입니다.
벌레가 들어간 자리로 보이지만 반대예요. 나간 자리입니다. 산림청 밤 재배 자료를 보면 밤바구미 유충은 과육을 30~40일쯤 파먹은 뒤 지름 3mm 구멍을 뚫고 빠져나갑니다.
그러니 구멍이 난 알은 이미 지나간 일. 신경 쓰이는 건 멀쩡해 보이는 나머지 쪽입니다. 유충은 똥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아서, 빠져나오기 전에는 겉만 보고 가려내기가 어렵다고 되어 있어요.
밤은 이렇게 둡니다
- 비닐봉지에 밀봉한 뒤 바늘로 구멍을 내고 2~4℃
- 5℃가 넘어가면 썩는 알이 생깁니다
- 그래도 두 달까지 — 석 달을 넘기면 껍질이 검어지고 냄새가 납니다
- 상온에 두면 보름 만에 무게가 8~10% 줄어듭니다

하필 가을 밤에 벌레가 많은 까닭
밤바구미는 1년에 한 번 나옵니다. 땅속에서 유충으로 겨울을 나고, 8월 하순부터 10월 하순 사이에 어른벌레가 올라와요. 가장 많이 나오는 때가 9월 초·중순.
알을 낳는 시기는 8월 하순부터 10월 중·하순이고, 절정은 9월 하순에서 10월 상순입니다. 긴 주둥이로 밤송이와 껍질을 뚫은 다음 겉껍질과 속껍질 사이에 알을 2~8개 낳아요.
그래서 9월 하순 넘어 거두는 중생종·만생종에 피해가 몰립니다. 장에 밤이 한창 쏟아지는 시기와 겹치는 셈이죠. 밤송이 가시가 촘촘한 것일수록 피해가 적다는 설명도 붙어 있습니다.
냉장고에 넣기 전, 봉지에 구멍부터
가정에서 조금 보관할 때 쓰라고 자료가 짚어 둔 방법은 비닐봉지입니다. 두께 0.03~0.06mm짜리 폴리에틸렌 봉지에 밤을 담아 밀봉하고, 2~4℃에 두는 것.
여기서 한 단계가 빠지기 쉽습니다. 밀봉한 봉지에 바늘이나 송곳으로 구멍을 내 주라는 대목이에요. 묶어만 두고 끝내지 마세요.
온도는 생각보다 빡빡합니다. 냉장 중에 5℃를 넘어서면 썩는 알이 나올 수 있다고 적혀 있어요. 문을 여닫는 냉장고 문칸보다는 안쪽 깊은 자리가 낫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넣기 전에 미리 한 김 식혀 두면 더 좋다고도 합니다.
이렇게 두었을 때 버티는 기간이 두 달 정도.
석 달을 넘기면 무슨 일이 생기나
일반 냉장으로 3개월이 넘어가면 겉껍질이 검게 변하거나 속살이 누렇게 변합니다. 냄새가 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더 오래 두려면 얼리는 쪽입니다. 다만 자료가 말하는 동결 저장은 -25~-40℃로 급히 얼려 두었다가 녹여 쓰는 방식이라, 가정용 냉동실과는 조건이 다릅니다. 집에서는 두 달을 기준으로 잡고 그 안에 먹는 편이 속 편해요.
식탁 위에 둔 밤이 가벼워집니다
상온에 둔 밤의 무게를 재 본 기록이 있습니다. 세 품종을 실온 그늘에 두고 지켜봤더니 하루 만에 1.5~2.4%, 닷새에 1.9~4.9%가 줄었어요.
열흘이면 6.5~7.8%, 보름이면 8.1~10.5%. 열 알 중 한 알어치가 수분으로 날아간 셈입니다. 밤이 푸석해지는 게 기분 탓만은 아니었던 거죠.
장바구니에서 꺼내 바구니에 담아 두는 그림이 보기는 좋은데, 밤에는 손해입니다. 먹을 만큼만 내놓고 나머지는 바로 냉장실로.
소금물 한 시간, 얼렸다 까기는 어디서 온 말일까
밤 이야기에는 꼭 껍질 까는 요령이 따라붙습니다. 소금물에 한 시간 담가라, 얼렸다 뜨거운 물을 부어라, 하는 것들.
이번에 공공기관 자료에서는 이 방법들의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확인해 줄 자료가 없다는 뜻이에요. 껍질이 부드러워지는 정도라면 실패해도 손해가 크지 않으니 각자 판단할 몫입니다.
대신 확인된 주의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식품안전나라는 전자레인지에 계란이나 밤처럼 껍질이 있는 식품을 넣을 때 껍질을 벗기거나 칼집을 낸 뒤 조리하라고 안내합니다. 통째로 돌리면 터집니다.
비를 맞았거나 씻은 밤이라면 물기부터 말리세요. 자료도 비 오는 날 거둔 밤은 물로 씻은 뒤 그늘에서 말리라고 합니다. 젖은 채로 봉지에 넣으면 곰팡이가 반깁니다.
냉장고에 넣어 둔 밤, 봉지에 구멍은 내셨나요?
확인한 곳 —
산림청 임산물 재배기술 자료 「수실류 – 밤」 (수확 후 품질관리·밤바구미류) ·
식품안전나라 「전자레인지 전용 식품용기, 바로 알고 사용해요!」